제12화
영상은 배수혁과 성아린이 함께한 9년이라는 시간이 담겨 있었다. 고등학교 때 배수혁이 농구하다가 다친 적이 있는데 성아린이 눈시울을 붉히며 입으로는 조심하지 않는 탓이라고, 쌤통이라고 욕하면서도 부드럽게 상처를 씻어주고 약을 발라주던 장면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배수혁이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탔을 때 성아린이 무대에 비친 불빛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랑스러워하던 장면, 몰래 데이트할 때 배수혁이 던진 농담에 깔깔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는 장면, 결혼식 날 성아린이 신부 앞에서 자신 있게 네라고 외치며 행복에 겨운 눈물을 흘리던 장면까지. 그 외 잔잔한 일상들도 담겨 있었다. 성아린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집중하던 옆모습,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 배수혁이 기념일을 잊어버려 화난 척하는 모습, 그러다 배수혁이 선물을 내밀면 참지 못하고 결국 웃음을 터트리던 모습까지... 슬픈 배경음악이 깔리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아래에 달린 댓글은 더 사람의 마음을 후벼팠다.
[9년이라니... 인생에 9년이 몇 번이나 있다고.]
[교복에서 드레스까지 이어진 사랑인데 결국 현실에 진 건가?]
[배수혁이 사랑한 여자는 누구길래 성아린을 이긴 거야?]
[재벌가에도 사랑은 있네. 언제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배수혁. 나쁜 남자는 가슴을 바늘로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탁.
배수혁이 그대로 노트북을 닫았다. 가슴이 큰 돌에 짓눌린 것처럼 너무 답답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고통이 덮쳐와 배수혁은 넥타이를 풀며 머릿속을 가득 채운 화면과 목소리를 떨쳐내려 했다.
본인의 선택에 잘못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지수아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배수혁은 지수아를 데리고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등장부터 트러블의 연속이었다.
종래로 이런 장소에 나와본 적이 없는 지수아는 너무 긴장한 탓인지 중요한 해외 고객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만 와인잔을 상대의 값비싼 슈트에 쏟아버렸다. 당황한 지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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