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다만 돌아온 답장은 하나같이 거절이 아니면 바로 끊어버렸다. 그러다 배수혁에게 시달리던 한 친구가 번호를 던져주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린이 작업실 대외 연락처야. 무슨 일 있으면 알아서 연락해.”
배수혁은 구명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얼른 그 번호에 전화했다. 전화가 걸리자 젊지만 차분하고 예의 바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아린을 찾습니다. 배수혁이라고 하면 알 거예요.”
배수혁이 다급하게 말했다. 상대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또렷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배수혁 씨. 성아린 씨는 지금 스케줄이 넘쳐나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배수혁 씨로 온 개인 연락은 일절 받지 않겠다고 딱 잘라 얘기했습니다. 업무적으로 협력 의사가 있다면 작업실에 메일을 넣어주세요. 다른 사항이 있다면 변호사와 소통하시고요. 그러면 이만 끊겠습니다.”
뚜. 뚜. 뚜.
규칙적으로 울리는 신호음은 마치 따귀처럼 배수혁의 얼굴을 뜨겁게 했다. 이제 배수혁은 철저히, 아무런 여지도 없이 성아린의 세계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배수혁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창밖으로 야경이 쏟아지듯 펼쳐졌지만 마음속의 공허함과 어두움까지 밝혀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또 훌쩍 지났고 배수혁은 여전히 지수아와 함께 생활했다.
경인시의 유명 인사와 해외 귀빈들이 한자리에 모인 고급 자선 행사는 꼭 파트너와 동행해야 했기에 배수혁은 어쩔 수 없이 지수아를 데리고 참석했다.
한껏 꾸민 지수아는 비싼 드레스를 입고 지나칠 정도로 반짝이는 주얼리를 하고 나갔다. 표정만 봐도 지수아가 얼마나 우쭐거리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파티장에 들어간 순간 지수아의 궁색함과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외국어를 몰라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복잡한 식기도 순서를 몰라 허둥지둥했다. 게다가 중요한 해외 브랜드 창업자와 대화하던 중 상대의 유머를 캐치하지 못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서툰 외국어로 상대의 브로치가 비싸다고 말해 지켜보던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화를 꾹꾹 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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