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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배수혁 씨.” 성아린의 목소리는 산속 깊이 자리 잡은 계곡처럼 차갑고 정확하게 붕괴하기 일보 직전인 배수혁의 신경을 때렸다. “자중하세요.” 성아린이 배수혁을 훑어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옆에 서 있는 지수아를 힐끔 쳐다보며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 “우리 사이는 배수혁 씨가 임신한 나를 5층에서 밀어버렸을 때 이미 끝났어요.” 그러더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에서 기다리던 신지환의 팔짱을 낀 채 나란히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며 결연한 뒷모습만 남겨줬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배수혁은 성아린의 팔을 잡고 있던 그 자세를 유지했다. 이제 손에 잡히는 건 차가운 공허함뿐이었다. 주변에서 나지막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정 혹은 경멸에 찬 눈빛은 무수히 많은 바늘이 되어 빈틈없이 배수혁의 심장으로 날아들었다. 옆에 선 채 분노와 수치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지수아를 눈부시게 빛나지만 점점 멀어지는 성아린과 비교하자니 허무함과 좌절감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자선 행사는 도화선이 되어 배수혁이 수년간 꾹꾹 눌러 담은 공황과 씁쓸함에 불을 지폈다. 반짝반짝 빛나던 성아린과 어느 면에서 보나 완벽한 신지환의 모습은 독이 든 가시가 되어 배수혁의 심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가 밤이고 낮이고 힘들게 했다. 회사로 돌아온 배수혁이 제일 처음 한 일은 모든 자원과 수단을 이용해 대가를 논하지 않고 신지환이라는 남자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온 조사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너무 구체적이었다. 두터운 가족사를 자랑하는 명문가에서 태어난 신지환은 가문이 금융, 예술, 사치품 등 여러 영역을 섭렵했고 재력이나 영향력이나 주성 못지않게 강대했다. 신지환 본인은 닐튼 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고 경제, 그리고 예술 전공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뿐더러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것도 모자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예술 소장가이자 감정가였고 평판도 매우 좋았다. 더 중요한 건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스캔들도 복잡한 인간관계도 없는 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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