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배수혁은 듣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술이 확 깼다. 온몸에 한기가 감도는 게 마치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지금까지 줄곧 지수아는 애처럼 투정을 잘 부리고 욕심이 많을 뿐이지 착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성아린에게 이렇게 못된 짓을 저질렀을 줄은 몰랐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배수혁은 지수아의 연기에 감쪽같이 속아 성아린을 사지로 내몰았다. 성아린이 느꼈을 고통과 절망만 생각하면 배수혁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져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지수아에 대한 역겨움과 증오도 지금 이 순간 최절정으로 치달았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배수혁은 방으로 들어가 단잠에 빠진 지수아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아악.”
놀라서 깬 지수아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배수혁을 바라봤다.
“수혁아...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배수혁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 같았다. 목소리도 예전과는 달리 한기가 뚝뚝 떨어졌다.
“지수아.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이제 다 알아. 내가 눈이 멀었지. 내일 변호사 만나서 이혼 서류 제출할 거야. 돈은 먹고살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줄게.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지수아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반응하고는 울면서 애원했다.
“아니야. 수혁아. 안돼.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아이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줘. 나는 너 없으면 안 돼.”
“용서?”
배수혁이 차갑게 웃으며 지수아의 손을 뿌리쳤다.
“너를 만난 걸 후회해. 너랑 함께한 시간도 후회하고. 이제는 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역겨울 지경이야.”
매정한 말에 상처받은 지수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배수혁. 너는 사람도 아니야. 너를 위해 아들을 낳고 지금까지 함께 했는데 성아린이 잘나가는 꼴을 보니까 후회돼? 나를 차버리고 싶어? 꿈도 꾸지 마. 나는 죽어도 이혼 못 해.”
“네 의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인내심을 잃은 배수혁이 보디가드를 불러와 지수아가 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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