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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귓가에 들리는 규칙적인 신호음에 배수혁은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정도로 철저한 거절과 단절에서 온 모욕감과 무력감은 처음이었지만 배수혁을 그대로 삼켜버리기에는 족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뼈저리게 후회란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신지환이 가차 없이 거절해도 배수혁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병적인 집념에 사로잡혀 더 의지를 불태웠다. 성아린이 그의 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성아린이 국내에서 중요한 피아노 독주회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알아낸 배수혁은 이것이 기회처럼 느껴졌다. 연주회는 성아린의 연주를 듣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붐볐다. 배수혁은 구석에서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성아린을 바라봤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음부는 격앙되었다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감정과 파워가 느껴졌다. 성아린은 이제 더는 배수혁을 위해 연주하는 게 아닌 더 넓은 무대에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성아린은 여러 번 감사 인사를 올리며 피곤하지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배수혁은 해외에서 배송한 꽃다발을 들고 백스테이지로 찾아갔다. 그 꽃은 성아린이 전에 제일 좋아했던 희귀 품종의 생화였다. 그리고 특별히 성아린이 예쁘다고 칭찬했던 슈트까지 차려입고 어떻게든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애썼다. 백스테이지로 들어간 배수혁은 화장을 지우고 나가려는 성아린과 딱 마주쳤다. 심플한 옷으로 갈아입은 성아린은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고 평온했다. “아린아.” 배수혁이 성큼 다가서며 꽃다발을 건네더니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한 조심스러운 말투로 애원했다. “연주회 성공적으로 마친 거 축하해. 우리... 어디 가서 얘기 좀 나누면 안 될까?” 성아린이 걸음을 멈추고 덤덤한 눈빛으로 배수혁과 그 손에 들린 꽃다발을 훑어봤다.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졌다. “배수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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