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민소정의 말은 강도윤에게 오래전 기억을 불러왔다.
처음부터 그는 민세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다.
대치하면 결국 지긴 했지만 먼저 고개 숙인 적은 없었다.
14살이던 민세희가 고열로 쓰러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약 먹기를 단호히 거부했고 도우미가 가져온 약그릇을 깨뜨리며 버텼다.
방 안은 엉망이 되었고 그는 그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꺼운 벨벳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붉게 달아오른 뺨, 바싹 마른 입술, 제멋대로이던 눈동자에 고통의 눈물이 맺힌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넋 빠진 사람처럼 쭈그려 앉아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하나씩 주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따뜻한 약 한 그릇을 떠 와 침대 곁에 섰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버티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무릎을 꿇고 그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약그릇을 들어 올렸다.
정적은 오래 이어졌다. 팔이 저릿해질 즈음, 그녀는 느리게 고개를 돌려 그를 흘끗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약그릇을 받아서 들었다.
쓴 약을 넘기며 찡그린 그녀의 미간은 아주 가느다란 바늘처럼 그의 심장 깊숙이 박혔다.
작은 순간이었지만 사라지지 않을 흔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비즈니스 만찬에서 그는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
민씨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던 숙부 진정수가 술잔을 들고 지나가다 일부러 그에게 부딪힌 것이다.
“쨍그랑!”
진정수는 놀란 척하며 금세 비웃음을 감춘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미안하네, 젊은이. 내가 손이 미끄러졌어. 그래도 길은 잘 보고 다녀야지?”
그는 이어 민씨 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하인 하나 훈계했습니다. 나중에 귀한 손님 앞에서 가문의 체면을 망치지 않도록 말이죠.”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이었다.
‘훈계’라는 말 한마디가 가시 돋친 채찍처럼 그의 존엄을 후려쳤다.
그때, 민세희가 가볍게 웃었다.
“제가 키우는 개가 아무리 못 보고 누굴 들이받았다 해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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