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그럼 나 정말 너무 불쌍하네." 안소희는 반사적으로 바로 말했다. "결혼한지 2년이나 되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내가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다니." 나영재: ”......“ 이 여자, 정말 나랑 말다툼 안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건가! "나랑 집에 가자." 그는 타이를 살짝 풀고, 그녀의 가방을 챙겨들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안소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나영재도 순간 멈칫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나영재 손에 들려 있는 가방에 멈췄다. 날 허가윤이라고 생각한건가? 이게 안소희의 첫 반응이였다. 나영재는 더이상 설명하지 않고 긴 다리로 재빨리 걸어갔다 이 모습을 마침 병실에 있는 허가윤이 보게 되었고, 얼굴의 온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손바닥이 손톱 자국으로 인해 빨갛게 된 것도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잠시 후 병실 문이 열렸다. 허가윤의 친구가 병실에 들어서면서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안소희가 사람을 시켜 널 차사고 나게 한거 아니야? 근데 왜 나사장님은 여전히......" "그 여자 아니야." 허가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사고가 일어났을 때, 허가윤은 당연히 안소희가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돌아오면 수시로 안소희를 대신하여 나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금 안소희의 반응으로 보아 상황은 그렇게 간단한 것 같지 않다. 나영재 역시 맘 속으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기사가 그들을 태운 후, 나영재는 안소희를 뒷 좌석으로 끌어당겨 같이 앉았다. 오늘 사건에 대해 나영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바로 상황을 설명했다. "사장님, IP 주소를 확인했는데 계정 로그인 IP 주소는 강성에 없습니다." "알아." 나영재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이 순간, 그는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이 천근이나 되는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안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감정이 얽힌 채, 그는 차창에 기대어 있는 사람을 곁눈질해 보았다. 반쯤 낮춰진 창문 틈으로 햇빛이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마치 얼굴의 작은 보솜털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순간, 방금 전까지 그에게 날을 세우던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예전의 온순하고 순종적인 사람으로 다시 변한 것만 같았다. "안소희." 그는 그녀를 불렀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안소희는 전화 내용을 듣고 가볍게 말했다. "나사장님, 지금 나한테 사과한다고는 하지 마." 나영재: ”......“ 말을 이쁘게 할 수는 없나? "IP 주소가 강성이 아니라고 해서 내가 그녀를 해코지 한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잖아." 안소희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얘기했으나, 말투에는 비아냥이 섞여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사람더러 사고 낸 운전자를 매수하라고 한 걸 수도 있잖아. 안 그래?" 나영재는 그녀가 홧김에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은 사과하고 싶었으나 차마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그는 전에 자기가 했던 말을 스스로 번복하였다. "난 네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정말 그녀가 한 짓이라면, 이렇게 담담하게 이 일에 대해 논의하지도 못할 뿐더러, 증거의 진위까지 분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전에는 허가윤에게 무슨 일이 생길가 너무 걱정한데다, 요즘 안소희의 행동이 하도 이상하여, 그는 제대로 판단을 못한 채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게 됐다. "응." 안소희는 대꾸도 하기 귀찮았다. 나영재: "?" 그냥 응 한 글자? 적당히 하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으나, 자기가 주차장과 병실에서 한 짓이 있으니, 그는 블랙 카드를 꺼내 안소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메인 카드야, 아직도 화가 안 풀렸으면 마음대로 긁어." “그래.” 안소희는 바로 받았다. 나영재의 손이 갑자기 비워졌고, 한 순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아마 안소희가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동의할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하다. "다른 카드는?" 갑자기 안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영재의 주변은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있었고, 이 말을 듣자 얼굴을 돌려 물었다."다른 카드라니?" "병원에서 당신이 한 단정하지 못한 행실들을 봤을 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당신의 모든 카드들을 오늘부터 모두 나한테 줘." 안소희의 목소리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이혼하는 날 돌려줄게." 기사: "!" 나영재: "?" "왜, 내키지 않아?" 안소희가 되물었다. "그냥 적당히 해." 나영재는 살짝 화가 났고 차 안의 기압이 한순간 낮아졌다. "오늘 일은 내 생각이 짧았어. 근데 요 며칠 네 행동이 예전과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면, 나도 그런 판단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거야." 안소희: “?” 내 탓이야? "그래?" "응." "행동이 전과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넌 허가윤이 차사고가 난 후 그 채팅 기록들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날 의심할 거잖아, 안 그래?" 안소희는 확신에 차서 물었다. 나영재는 반박하고 싶었으나, 본인도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안소희는 기분이 언짢아서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나영재에게 던져버렸고, 미간을 손으로 눌렀다. 내가 왜 이러지? 별 상관도 없는 사람때문에 자기 기분이나 망치고. 어차피 나똥개의 맘 속엔 허가윤이 1순위라는 걸 전에도 알고 있었잖아. 나영재는 날아온 카드에 맞아 어리둥절해졌고,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시 안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니였다. "왕 기사님, 앞에서 저 내려주세요." 왕 기사님: "네." 나영재의 주변에는 냉랭함이 감돌았고, 목소리는 좀 낮고 깊었다."내려서 뭐 하려고?" "호두라도 좀 사서 뇌를 좀 보강할려고." 안소희는 감정이 어느 정도 다 가라앉았고, 제일 차분한 말투로 제일 사람을 자극하는 말들을 내뱉었다. "괜히 뇌가 없는 것도 감기처럼 전염이 되면 안되잖아." 역시나 나영재는 그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 이 여자가 이토록 빙빙 둘러 사람을 욕하는 걸 잘한다는 걸 왜 전에는 몰랐을까? "쭉 가요, 멈추지 말고." 자기 집 도련님이 말을 꺼냈으니, 왕 기사님은 당연히 그의 말을 들었고, 차는 로얄 가든 별장을 향해 쭉 달려갔다. 나영재는 가슴 속에 화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안소희에게 그나마 있었던 죄책감마저 이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30분 뒤, 차는 문 앞에 안전하게 멈춰 섰다. 나영재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안소희는 이미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고, 그가 거실에 도착했을 때 안소희는 이미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가 옷을 갈아 입으러 간 것을 알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10분 뒤, 안소희는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었고, 얇은 앞머리가 흘러내려 얼굴이 더 작고 정교해 보였다. 그녀는 나영재가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남아있는 목적이 뭔지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오후 6시에 본가로 가자." 나영재는 소파에 앉아있는 안소희를 본 후 아주 교묘하게 입을 열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어. 왕 기사님한테 너 마중오라고 할게." 안소희는 한켠에 있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며 말했다. "안가." "안소희!" "당신이 먼저 계약을 어겼으니 내 탓 하지마."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어." 나영재는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점점 더 낯설게 느껴졌다. "너랑 쇼핑하는 것과 허가윤의 목숨을 비교하면, 어떤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안소희는 버라이어티 쇼를 틀었다. 이제 그녀는 허가윤이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 같다. 오늘 이전까지 그녀는 허가윤은 온화하고 친근하며, 웃을 때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영재의 첫사랑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얕은 수나 쓰는 여우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정말 환상이 무너졌다. "물론 쇼핑이 중요하지." 안소희가 대답했다. 나영재의 눈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이어서 하는 말에는 화가 들어있었다. "기어코 날 화나게 할거야?" 안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이혼할 때 그 돈들을 받고 싶다면, 그냥 내가 하는 행동에 잘 협조해주는게 좋을거야." 나영재의 인내심도 이미 다 사라졌다. "정말 날 화나게 하는 순간, 넌 한푼도 챙기지 못할거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

Terms of Use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