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안소희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안 받지 뭐." 나영재: "?" "당신이 허가윤에게 명분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날 때면, 당연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나에게 떠나달라고 하겠지." 안소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영재의 호흡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런 협박을 당한 적이 없었고 안소희가 처음이였다. "내가 정말 널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럴리가." 안소희는 다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며 진지하게 얘기했다. "당신은 내 카드를 정지시켜 내 소비와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고, 날 어느 이름 모를 구석진 곳에 가둬둘 수가 있고, 또......" 점점 더 터무니없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나영재의 화도 이상하게 반쯤 사라졌다. 그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말 몇 마디로 사람을 기를 채워 죽게 만들 것 같은 안소희가, 2년 동안 어떻게 그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울 수 있었지? "하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허가윤은 계속 빛을 보지 못하는 어둠 속의 제3자로 살겠지." 안소희는 이미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당신은 그녀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걸 원치 않을거 아니야." 아무리 나영재가 비즈니스 권에서는 신화같은 존재라고 할 지라도, 외도, 상간녀 이런 소문에 휩싸이는 순간,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고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허가윤은, 아무리 나영재가 잘 보호한다고 해도, 쇼핑하러 외출하거나, 연회에 참석하거나 하면, 늘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나영재는 자신의 첫사랑이 이런 일을 당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나랑 같이 본가에 갈거야?" 나영재가 먼저 입을 열어 잠깐 전의 불쾌한 대화를 끝냈다. "지금부터 허가윤과의 연락을 끊어." 안소희는 tv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나영재와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다음부터 당신들이 다시 연락해." 나영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안돼."라고 답했다. "그래." "?" "이혼 신청을 한 뒤에도, 한달간의 숙려 기간이 있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누가 알아?" "......" 순간, 거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안소희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시작 버튼을 눌렀고, TV에서는 최근 가장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클릭하자마자 연기의 신 임천우가 다른 사람들과 미션을 마치고 한담을 하고 있었다. 공교로운 것은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 마침 잊지 못한 첫사랑과 관련이 있었다. "내가 질문을 할게. 만약 지금 이미 결혼을 했는데, 잊지 못했던 첫사랑이 갑자기 돌아왔어. 그럼 첫사랑과 다시 재결합할래? 아니면 와이프랑 계속 살래?" "말해서 뭐해, 당연히 아내지!" "첫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은 아마 뇌에 뭔가 문제가 있을거야." "임 선생님은요?" "나는 쓰레기가 아니에요." 임천우는 온몸에 햇살처럼 밝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목소리는 매우 치유적이였다. "인생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첫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은 아마도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일거에요." "너무 심오하네요." "그러고 보니 내 어릴적 친구가 생각 나네요. 첫사랑을 위해 여차친구를 버렸거든요. 정말 쓰레기였어요." "인터넷에 그런 말도 있잖아요, 옛 사랑이 울면 지금의 사랑은 모든 걸 잃게 된다구요." "하하하하......" 예능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나영재의 눈빛은 깊어지고, 억압감이 더해진 눈빛은 차분해 보이는 안소희에게서 멈췄다. 그는 안소희가 일부러 자신을 겨냥한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안소희." "응?" "약속할게." 나영재는 이혼을 위해 한발짝 물러나 그녀와 다시 협상했다. "근데 연락을 끊기 전에 허가윤의 차사고에 대해 먼저 조사를 해야 돼." "그래." 안소희도 이에 대해서 달리 얘기하지 않았다. "그 기간동안 허가윤과 토론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성 비서님을 보내." 나영재: "......" 그는 아주 거절하고 싶었으나, 안소희에 대한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니 그냥 "알겠어."라고 동의했다. "가서 할 일이나 해." 안소희는 그보다도 더 이혼을 하고 싶었고 별로 그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6시에 나 데리러 와." "그래." 얘기가 끝나자, 안소희는 TV를 끄고 슬리퍼를 신고 위층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무의식중에 점점 더 멀어졌고, 예전에 거의 가까이에 다다랗던 둘의 마음도 점점 더 멀어져갔다. 안소희의 방문이 닫히자 나영재는 말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넥타이를 다시 정리했다. 길고 하얀 손가락은 마치 창조주가 주신 선물처럼 마디 마디가 또렷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닫힌 문을 두 번 더 본 뒤 별장에서 나와 회사로 향했다. 허가윤의 차사고는 아직도 더 조사해야 한다. 안소희는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자다가 휴대폰 벨소리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마우스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본 그녀는 멍한 머리를 비비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소희 누나! 소희 누나! 소희 누나!" 백은우는 강한 소년의 느낌이 있는 목소리로 흥분하며 안소희의 이름을 세 번이나 외쳤다. 안소희:"......" 그녀는 전화기를 더 멀리 떼어내고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도훈 형이 왔어." "?" "서도훈." "그 사람 여기엔 뭐하러?" 안소희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안 회장님의 부탁으로 누나랑 나영재의 이혼 사건을 처리하러 왔다고 하던데." 백은우는 딱히 확신이 없었으나 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누나랑 나영재가 비밀리에 결혼했다는게 정말이야?" 안소희는 피곤한 듯 눈썹을 꼬집었다. 백은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소희 누나." "그 사람 언제 도착해?" 안소희도 좀 어이가 없었다. “저녁 11시쯤.” 백은우는 호기심이 불타올랐지만, “우리 이제 막 공항으로 출발했어.”라고 하며 계속해서 묻지 못했다. 안소희는 이 사건을 막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알았어." 그 말을 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나영재는 결혼할 때 그녀의 신원을 묻지 않았고, 다만 그녀에게 설 명절에 집에 가야 하냐고만 물었다. 그녀가 필요 없다고 하자 더이상 묻지 않았다. 서도훈이 오면 분명 나영재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다. 백은우는 끊긴 전화를 보며 머릿 속에는 수많은 의문들로 가득찼다. 내 질문에 아직 답하지고 않았는데. 그는 재빨리 톡톡 채팅창을 열어 열심히 타이핑하며 톡톡 메시지 폭격을 시작했다. 마우스: [정말 결혼한게 맞는지 아직 얘기 안했어. ] 마우스: [안 회장님이 왜 누나가 이혼한다고 한거야?] 마우스: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 마우스: [소희 누나, 어디 있어?] 안소희는 자신에게 온 수많은 메시지를 읽어보고 신중한 고민 끝에 [사실이야. 감정이 깨졌어.]라고 대답했다. 마우스는 맘 속에 큰 충격을 먹었다. [! ! ! ! ! ! ! ] 수많은 감탄표들은 그의 마음속의 흥분을 반도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나의 소희 누나, 나의 우상이, 결혼을 하다니!!! 정말로 결혼했다니! 마우스: [ㅠㅠㅠㅠ,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 ] 안소희는 질문을 무시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당분간 이 일을 대외적으론 공개하지 마. 너랑 서도훈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마.] 마우스: "..." 그는 주변의 몇몇을 보면서 이마에는 식은 땀이 맺혔다. 소희 누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다른 몇몇도 지금 바로 그의 컴퓨터 화면 앞에서 이 소식을 다 알아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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