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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첫 경험이야?” 남자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낮았다. 방 안엔 불이 꺼져 있고 캄캄해서 남자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던 하지안이 몸을 떨며 답했다. “네...” “얌전히 있어. 책임질 테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의 뜨겁고 거친 입맞춤이 쏟아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고 저항하려던 하지안의 뇌리에 하민아의 독기 어린 경고가 스쳤다. “안에 있는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면 너희 엄마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어. 못 하겠으면 시체 치울 준비나 해.” 그녀는 저항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수치심과 공포를 꾹 참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다. 마침내 남자가 만족한 듯 목에서 목걸이를 풀어 그녀에게 직접 걸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하지안은 호텔을 빠져나와 하씨 가문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 하지석, 서혜민, 하민아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안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하민아가 분노에 찬 얼굴로 다가왔다. 짝! 갑작스러운 따귀가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하민아가 매섭게 소리쳤다. “어젯밤에 호텔에 안 가고 어디 갔어?” 하지안은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답했다. “무슨 소리야?” “허민수가 밤새 호텔에서 너를 기다렸는데 코빼기도 안 비췄잖아! 감히 날 속여?” 하민아의 분노에 하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럴 리가 없어. 난 어젯밤 열 시에 호텔에 도착했고 아침에 나올 때까지 남자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어.” “아직도 거짓말이야?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 하민아는 이를 갈며 하지안의 옷깃을 거칠게 젖혔다. 순식간에 목덜미의 짙은 키스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민아는 역겨운 듯 고개를 돌리며 욕했다. “역겨운 년!” 수치심과 모욕감에 하지안은 차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며 옷깃을 여몄다. 바로 그때 기름기 흐르는 대머리의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가죽 재킷을 걸친 그의 얼굴에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석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 대표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허민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다그쳤다. “하지석, 이제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감히 나를 속여? 어젯밤 호텔에서 한밤중까지 기다렸는데 네 딸은 그림자도 안 보이더군. 그만 살고 싶은 거면 그냥 말로 해.” 허민수의 말에 하지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 사람이 허민수라고? 그럼 어젯밤에 같이 있었던 남자는 누구지?’ 하지석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대표님, 감히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젯밤 일이 좀 생겨서... 제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어떤 보상이라도 할 테니 편히 말씀해 주세요.” 허민수는 흡족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하민아를 슬쩍 쳐다봤다. 그의 느끼한 시선에 하민아는 속이 울렁거려 얼른 서혜민의 뒤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러다 허민수의 시선이 하지안에게 꽂혔다. ‘하얗고 조막만 한 얼굴, 또렷하고 청초한 이목구비... 화장도 안 했는데 이 정도라면 화장하면 얼마나 예쁠까? 하민아랑은 비교도 안 되네.’ 눈이 휘둥그레진 허민수를 본 서혜민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 아이가 제 큰딸 하지안입니다. 지금껏 남자 손 한 번 안 잡아본 애예요.” 허민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나도 미혼이니 잘됐네. 보름 뒤에 결혼식 올리는 걸로 하지.” 허민수는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하지석이 하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얼른 준비해.” “싫어요!” 하지안은 치솟는 분노를 누르며 소리쳤다. 그때 서혜민이 비꼬며 말했다. “낯선 남자랑 하룻밤을 보내놓고... 누가 그런 널 받아주겠니? 허 대표가 비록 못생기긴 했지만 집안이 부자야. 그 집에 가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옆에 있던 하민아도 입을 막고 키득거렸다. “그래, 언니. 이미 순결도 잃었는데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거 아니야?” 하지석도 그녀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허 대표 같은 사람한테 시집갈 수 있는 건 네 복이다. 그리고 네 엄마는 이미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네가 결혼을 거부한다면 치료비를 끊고 다시는 못 보게 할 거다.” 하지안은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같은 자식인데 왜 이토록 차별하는 거야? 하민아 대신 몸을 팔게 해놓고 이제는 아예 팔아넘기려고 하다니... 심지어 엄마를 협박 도구로까지 쓰고...’ 하지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하지석이 고함쳤다. “결혼 안 할 거면 당장 꺼져. 눈앞에 얼씬도 하지 마라.” 하지안은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할게요. 결혼...” 하지안에게 있어서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엄마가 소중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단 1초도 더 머물기 싫다는 듯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와 옷을 벗던 하지안은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보며 걸음을 멈췄다. ‘어젯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이내 하지안은 목걸이를 화장대 위에 풀어 놓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욕실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민아는 화장대 위에 놓인 목걸이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우와... 진짜 예쁘다.’ 하민아는 조심조심 다가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는 흐뭇하게 방을 나섰다. 그녀가 하씨 가문 저택을 나서자마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다가왔다. “아가씨, 잠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저희 도련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하민아는 멍해졌다. 그런데 그녀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남자들은 그녀를 고급 승용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 문이 열리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네.” 고개를 들자 검정 슈트를 입은 채 차갑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눈부신 외모에 하민아는 넋이 나가버렸다. 차건우의 시선이 그녀의 목걸이에 머물렀다. “어젯밤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지. 그 목걸이는 증표야.” 하민아는 정신이 멍해졌다. ‘어젯밤? 책임? 무슨 책임? 하지안에게서 가져온 건데... 설마 어제 하지안이 이 남자랑 잔 거야?’ “어젯밤이 처음이었잖아. 그래서 널 아내로 맞이하려고 해. 보름 뒤에 결혼식 올리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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