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화
하지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있지.”
하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림 실력이 꽤 좋다던데 우리한테 한 폭 그려줘 봐.”
하지안은 단호히 거절했다.
“시간 없어.”
하민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매일 저녁 동연이를 두 시간씩 가르치잖아. 오늘은 한 시간만 투자하면 돼.”
“내가 왜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데?”
하지안은 하민아가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곧바로 직감했다. 뜬금없이 그림을 그려 달라는 말이 나올 리 없었다.
하민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난 동연이 엄마잖아. 넌 우리 아들 미술 선생님이고. 그림 한 장 그려 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학부모로서 보면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반박할 수 없었던 하지안은 그저 담담히 물었다.
“뭘 그리면 돼?”
“아무거나.”
하지안은 도우미가 건넨 화판을 들고 가운데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민아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지안은 조금의 소홀함도 없이 정성을 다해 그렸다.
하민아는 재벌 사모들과 함께 화려한 티타임을 즐기며 마치 원숭이를 구경하듯 하지안을 바라봤다.
그 순간, 하민아의 허영심은 극도로 충족되었다.
하지안을 발밑에 짓밟는 기분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30분 뒤, 하지안은 그림을 완성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림에는 앞에 놓여 있던 꽃다발이 담겨 있었다.
하민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림을 몇 번 훑어본 뒤, 옆에 앉아 있던 김진희에게 내밀었다.
“사모님, 마침 화가 협회 회장이시고 국가에서 인정받은 일급 화가시잖아요. 이 그림 좀 봐주세요. 실력이 어떤지.”
“그러죠.”
김진희는 환한 미소로 그림을 받아서 들었으나 곧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선이 엉망이고 색채도 탁하네요. 이걸 그림이라고 내놨어요? 제 세 살짜리 학생도 이보다 잘 그려요.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네요. 사모님, 이런 사기꾼 같은 사람을 어디서 데려오신 거예요?”
김진희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하민아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