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하지안은 웃으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하재은이 진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거야?”
진수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네 작품에 붙이지 말라고 했어. 엄마가... 크리스마스트리에 붙이라고...”
하재은이 앳된 목소리로 꾸짖었다.
“엄마가 붙이라고 하면 붙이는 거야? 넌 네 생각도 없어?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난 약속 안 지키는 애가 제일 싫어. 이제 너랑 안 놀 거야!”
진수현이 울음을 터뜨리며 하재은의 손을 잡아당겼다.
“재은아,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나 외면하지 마, 응?”
“안 돼,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할 거야!”
진수현은 더욱 심하게 울었지만 하재은은 그대로 무시하고 밀쳐냈다.
그때 지유미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웃으며 손에서 빨간 꽃을 빼앗자 하재은은 화가 났다.
“지유미, 꽃 내놔!”
“히히히, 안 줄 거야. 메롱!”
지유미는 빨간 꽃을 들고 도망치면서 잊지 않고 혀를 내밀며 비웃었다.
“불쌍하긴, 네 엄마가 만든 작품에는 아무도 빨간 꽃을 붙여주지 않잖아. 너무 불쌍해. 너랑 네 엄마 다 불쌍해!”
하재은이 쫓아가서 지유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빨간 꽃을 빼앗으려 했다.
지유미의 통통하고 작은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빨간 꽃을 찢어 공중에 뿌리면서 중얼거렸다.
“우와, 빨리 봐. 눈이 내린다...”
완전히 화가 난 하재은이 달려들어 지유미를 물어뜯고 할퀴며 사나운 새끼 사자처럼 굴었다.
지유미는 하재은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두들겨 맞아 얼굴에 멍이 든 채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가 커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쏠렸다.
김진희는 지유미를 품에 안고 하재은을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우리 유미를 때리다니, 너 죽고 싶어?”
이때 진수현 엄마도 진수현을 데리고 다가와 따졌다.
“하재은, 왜 수현이를 밀었어? 네가 만든 작품에 빨간 꽃을 붙여주지 않았다고? 너 참 난폭하고 예의가 없구나!”
그들이 하재은을 괴롭히는 모습을 본 차동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도와주러 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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