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서윤성은 긴급 군무 하나를 처리하자마자 거의 뛰다시피 저택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서윤성의 마음에는 터무니없는 희망이 한 줄기 남아 있었다.
아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겼으니, 조민아도 조금씩 마음이 풀릴지 모른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도 아직 아주 작은 기회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
서윤성이 문을 열었을 때, 맞이한 것은 숨소리조차 없는 적막이었다. 지난번보다 더 철저하게 비어 있었다.
지난번 조민아가 사라졌을 때보다도 더 철저하게 비어 있었다.
조민아의 개인 물건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거실 테이블 위에, 벨벳 상자 하나와 접힌 종이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서윤성의 심장이 뚝 가라앉았다.
어딘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순식간에 서윤성을 덮쳤다.
서윤성은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어 들었다.
사설 진료소에서 발급한 임신중절 수술 기록지였다.
날짜는 오늘이었다.
그리고 수술 사유 칸에는 차가운 글자가 적혀 있었다.
[환자가 임신 중단을 강력히 요구함.]
쿵!
서윤성은 눈앞이 까맣게 꺼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다리가 풀려, 그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서윤성은 옆에 있던 벨벳 상자를 거칠게 열었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이 예전에 끼던 결혼반지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원래는 매끈해야 할 백금 반지 위에, 이미 말라 검붉게 변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마치 흉터처럼 선명한 그 얼룩이 서윤성이 품었던 모든 기대와 노력을 비웃는 것 같았다.
조민아는 서윤성이 주었던 값비싼 보석은 전부 남겨두고 오직 결혼과 약속을 상징하는 이 반지만 이렇게 처참한 방식으로 돌려보냈다.
이젠 끝났다.
조민아는 이런 방식으로 서윤성과 완전히 선을 그었다.
“안 돼!”
죽어가는 짐승의 울음 같은 절규가 저택 안에서 터져 나왔다.
서윤성은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뛰쳐나가 차에 올라탔고, 병원까지 내달렸다.
서윤성은 이성을 잃은 맹수 같았다.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고,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서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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