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27화

진수빈은 감정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신 해명하려는 건가?” “해명이 아니라 징계가 다소 과한 것 같아서요. 함영희 씨가 실수로 약을 잘못 준 건 맞지만 금방 발견하고 바꿔서 아무런 심각한 결과도 초래하지 않았잖아요.” “심각한 결과가 발생하면 그냥 해고하는 걸로 안 끝나지.” “누구나 실수는 해요. 게다가 바로 시정했고 환자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건 부당하죠.” “환자가 문제 삼지 않는다고 실수를 용납해야 한다는 건가?” 진수빈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 무거운 어투로 똑같이 되풀이했다. “약을 잘못 건넨 건 직무 유기야. 설령 다시 만회했다고 해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아. 중요한 순간에 실수해서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지?” 말도 안 되는 논리라는 걸 알면서도 문가영은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 진수빈과 여민지가 일부러 함영희를 저격했다는 뜻이었다. 진수빈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억지 부리지 마. 마음대로 생각해.” 말을 마친 그가 지나쳐 가려는데 문가영이 그를 잡으며 지친 듯 대꾸했다. “불만이 있어도 나한테 있을 텐데, 억울한 사람까지 끌어들이지 마요.” 함영희가 저지른 건 아주 작은 실수였고 크게 소란을 피울 일도 아니라 기껏해야 경고 처분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토론 끝에 그녀에게 주어진 처벌이 해고라니. 일부러 그녀를 저격한 게 아니고서는 딱히 다른 이유가 없지 않나. 평소 밝고 너그러운 성격의 함영희는 동료들과 사이가 아주 좋았지만 딱 한 번, 그날 문가영의 편을 들어주면서 여민지와 진수빈에게 밉보이게 되었다. 진수빈은 걸음을 멈춘 뒤 문가영을 돌아보며 한 마디만 남겼다. “본인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아네.” 이 일로 병원에서 한동안 소란이 불거지자 함영희는 우선 정직 처분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 후속 조치를 기다려야 했다. 떠나던 날 함영희의 두 눈은 붉어지고 문가영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