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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방우지는 항복하듯 두 손을 들었다. “네네,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에요. 둘 사이에 문제가 있어도 수빈 씨가 먼저 자존심 굽히고 말 한마디만 하면 가영 씨도 화해할 거예요.” 말을 마친 그가 나가자 진수빈은 하던 일을 모두 멈췄다. 기분도 좋지 않았고 굳이 필요 이상의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전 무심하게 바라보는 문가영의 눈빛이 다시 뇌리에 스치자 진수빈은 더욱 입을 굳게 다물었다. ... 문가영과 함영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진수빈이 보였다. 날은 어느덧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반듯한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짙은 눈동자는 깊은 웅덩이처럼 고요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문가영을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눈치가 빨랐던 함영희는 바로 핑계를 대며 가버렸고 문가영 역시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진수빈이 말했다. “문가영, 왜 날 피하는 거야?” 문가영은 당황했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피해 다니고 있었지만 진수빈이 눈치챌 줄은 몰랐다. 전에는 분명 그녀에게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녀가 반박하지 않자 진수빈은 더욱 저기압이 되어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제대로 설명해.” 그동안 문가영 때문에 줄곧 심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기에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니 당연히 자기 생각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그대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성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에게 문가영은 질문의 답을 해줄 수가 없어 머뭇거렸다. “피한 적 없어요.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그래요.” 진수빈은 단번에 허를 찔렀다. “우리 같은 과인데?” 문가영이 작게 말했다. “병원 말고도 다른 일이 많아요.” “뭐가 그렇게 바빠서 보름 넘게 집에도 안 들어와?” 진수빈이 차갑게 물었다. 다만 그가 이미 자연스럽게 자기 아파트를 집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집에 간다는 게 얼마나 다정한 말인데... 문가영이 설명할 수 없어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는데 진수빈이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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