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문가영이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 “환자한테 링거를 놔줘야 해요.” 문소운과 따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문소운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이미 알 것 같았다. 문소운의 얼굴에서 미소가 걷혔다. “그래?” 문소운이 옆에 있는 수간호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간호사가 눈치채고 웃으면서 문가영에게 얘기했다. “가영아, 내가 갈 테니까 아버님이랑 얘기하고 있어. 평소에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으니 말이야.” 그러자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문소운을 따라 떠났다. 문소운은 밖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꽤 잘했다. 다른 사람들은 문소운이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문소운은 문가영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와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가영아, 아직도 고아원의 일을 조사하고 있어?”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가짜에 불과했다. 문가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거 같았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기로 문지성과 약속했었다.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문소운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진예은이라는 아이가 계속 조사 중이라던데... 운정 그룹 홍 대표도 요즘 이 일 때문에 골치 아파하거든.” 문가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예은이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문소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 “홍 대표가 그 아이한테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홍 대표를 건드리는 거지.” 문소운은 문가영을 보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얘기했다. “가영아, 나도 안타까워서 얘기해 주는 거야. 넌 총명한 아이잖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잖아. 조 원장을 봐. 옳은 선택을 해서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았잖아. 가영아, 너도 보상을 받아야지. 네 귀 수술이라던가, 아니면 수빈이와의 결혼이라던가.” ... 이렇게 겁을 먹은 건 거의 처음이었다. 문소운이 떠난 후 문가영은 바로 진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가영은 걱정스레 물었다. “예은아, 지금 어디야?” “학교야. 리아 학부모회 때문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