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그의 앞이 아니라 20년 넘도록 그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문가영은 눈을 감고 입술을 꼭 다물었다. 단지 그의 관심과 호의를 조금이라도 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떼를 쓰는 게 되었다.
그녀는 복부의 통증을 참으며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내고는 물건을 챙겨 곧장 병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녀린 그녀의 뒷모습이 통증으로 인해 걸을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희성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투를 가다듬고 진수빈에게 말했다.
“수빈 씨, 방금 좀 심했어요.”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여민지였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진 선생님 여자 친구라고 무조건 곁에 있어야 해요? 그러면 지금 다친 사람이 제가 아니라 환자였으면, 환자를 두고 같이 가줘야 해요?”
원칙을 고수하는 건 맞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이 불편하고 이상하게 들렸던 이희성이 혀를 차며 천천히 말했다.
“정형외과 선생님께 연락해서 오라고 할게요.”
그런데 진수빈이 그를 불렀다.
“내가 갈 테니 부축하고 있어요.”
말을 마친 그는 여민지가 동의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여민지는 멀어지는 진수빈의 뒷모습을 보며 시선을 내린 채 감정을 숨겼다.
솔직히 진수빈과 문가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수빈은 보기 드문 천재였지만 문가영은 천박하고 멍청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말이 통하기는 할지 의아했다.
...
문가영은 배가 아파도 할 일은 꿋꿋이 해냈다.
감정을 추스른 그녀는 3번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채혈하러 갔다.
마침 나올 때 함영희와 마주쳤고 그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방금 희성 씨한테서 아프다는 얘기 들었는데 괜찮아요? 응급실로 갈래요?”
문가영은 배가 많이 아팠고 팔다리에 힘도 별로 없는 상태라 고개를 끄덕였다.
함영희는 그녀가 계단을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함영희는 마음이 초조했다. 조바심을 내던 그녀는 불쑥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진 선생님은 의사로서는 참 완벽한데 남자 친구로서는 빵점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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