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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마치 업무를 처리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무심한 어투였다. “노블 재단이 아니라 노블 그룹이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나도 얼굴은 비춰야지. 근데 언론에 연락해 놓아서 생방송도 하고 사진도 몇 장 찍을 거야.”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올 때면 이를 홍보하고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활용해야 하기에 필연적으로 기자들을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문가영도 잘 알았지만 현재로서는 문소운보다 문지성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데리러 가줘, 말아?” 문지성이 다시 물었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건물을 올려다보며 운전대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진수빈이 가지 않아 문가영은 자신이 산 선물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문지성의 전화가 오자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같이 가요.” 문지성의 전화를 끊고 짐을 챙기는데 진수빈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문지성이야?” 얼핏 노블이라는 단어와 문지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육원에 가는데 데리러 온대요. 노블에서도 행사한다고.” 옷매무시를 가다듬던 진수빈의 손이 멈칫하며 문가영을 돌아보았다. 짙은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문가영은 오늘 보육원에 가는 날이라 일부러 흰 티셔츠에 검은색 츄리닝 반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는데 꼭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녀는 가져갈 선물을 확인하느라 진수빈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진수빈과 문지성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이는 사실 진수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성격이 차갑긴 해도 문지성이 매번 그와 마주칠 때마다 꼭 거슬리는 말을 몇 마디씩 건네곤 했다. 특히 문가영이 있을 때면 더더욱. 진수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눈빛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한참 후 입을 열었다. “문지성이 데리러 올 필요 없어. 내가 데려다줘도 돼.” 하지만 문가영은 거절했다. “회의 있잖아요.” “10시에 시작하니까 시간 돼.” 사실 어제 작성한 차트를 살펴보려고 병원에 갈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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