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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무언가를 남기거나 붙잡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았기에 슬픔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시선을 돌린 문가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걸음을 옮겨 위층으로 향했다. 진수빈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짐을 모두 옮겨야 했다. 진수빈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굳이 희망을 남겨두긴 싫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 보니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당황한 문가영은 어젯밤에 급히 나가며 잠그지 않았다고 생각해 또리가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진수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젯밤과 같은 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옷깃 단추만 두 개 정도 풀려 있었다. 진수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어둡고 서늘한 눈동자가 적나라하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문가영은 멈칫하다가 그가 옆에 놓아둔 휴대전화를 발견했고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문가영은 진수빈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진정하려 애쓰던 감정이 진수빈을 보는 순간 다시 격하게 요동쳤다. 심장이 레몬즙을 뒤집어쓴 듯 시큼하고 따끔해 감각이 마비될 정도였다. 문가영은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 “문자 보낸 거 봤죠? 이미 집 구해서 지금 물건 챙겨서 나가려고요. 또리는 수빈 씨가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데려갈게요.” 그러고는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짐을 싸면서 보니 진수빈 집에 있는 그녀의 물건이 참 적었다. 게다가 전부 이 작은 방으로 가져온 덕분에 짐을 다 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6인치 캐리어에 모든 집이 들어가고 문가영은 자신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방을 바라보며 자신이 정말 진수빈에겐 손님에 불과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반갑지 않은 불청객. 그녀만 주제넘게 이곳을 집으로 생각했던 거다.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와 그녀의 취향대로 따뜻한 색감으로 꾸민 거실을 보니 문가영은 또다시 마음이 힘들어졌다. 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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