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서 거듭 내 인내심을 시험해 보라고 누가 시키기라도 했어?” 진수빈은 짜증이 났다. “해외에 있을 때 내가 분명하게 말했는데 이번엔 또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돼. 어젯밤 일 때문이라면...” 진수빈은 어젯밤 문가영이 여민지 때문에 병원에 간 건지, 아니면 자기 때문에 간 건지 물어보던 기억을 떠올리며 멈칫했다. 진수빈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어차피 같은 결과인데 우선순위를 정하며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걸 과시하는 의미가 뭘까. 솔직히 그는 문가영과 다투고 달래는 소꿉놀이나 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문가영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만약 어젯밤 일 때문이라면요?” 그녀와 여민지 중에 진수빈은 거의 매번 여민지를 선택했다. 문가영도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리석게도 다시 한번 진수빈이 망설임 없이 여민지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와 두 눈을 마주한 진수빈의 싸늘한 눈동자가 살짝 멈칫하더니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은 그 환자가 중요해서...” 얘기하다 말고 진수빈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은 문가영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시금 차가운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땐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진수빈은 턱을 살짝 들고 무심한 눈동자로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오지 않았으면 또다시 그녀 뜻대로 될 뻔했다. 직업 특성상 그녀에게 줄곧 해명할 필요도 없었기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으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일에 대해서 너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 헤어지고 싶다면 그렇게 해.” 문가영은 그를 바라보며 손을 말아쥐더니 코를 훌쩍이고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되돌릴 기회는 안 줘.” 문가영은 눈을 감은 채 가슴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말했다. “그래요.” 진수빈의 검은 눈동자는 문가영의 실루엣을 또렷하게 비췄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날렵한 턱선을 자랑하며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애써 억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