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문가영의 씁쓸한 목소리엔 흐느낌이 배어 있었다. 듣기만 해도 큰 서러움이 느껴졌다. “여민지 양아버지가 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말 안 한 건, 이 사실이 밝혀져서 여민지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랬던 거잖아요!” 문가영은 진수빈이 여민지가 의사이기 때문에 평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작 그녀는 한낱 간호사에 입양된 딸일 뿐이라 평판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문가영이 굵직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충혈된 눈으로 고집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내 생각은 해봤어요? 내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봤어요? 진수빈 씨, 당신한테 대체 난 뭐예요? 당신은 한 번도 날 신경 쓴 적이 없어요.” 문가영은 말할수록 괴로웠고 눈물이 앞을 가려 진수빈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거칠게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문가영은 고집불통 바보처럼 남자와 대치했다. 진수빈의 표정이 굳어지며 손을 들어 문가영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문가영은 그의 손을 피하기만 했다. 마치 궁지에 몰린 토끼처럼 잔뜩 경계하며 방어 태세를 갖추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꺼렸다. 진수빈은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그리고 깊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말투는 조금 전처럼 온화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처럼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말하지 않은 거야. 이번 일은 여민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문가영을 달래주려고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문가영은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진수빈에게 물었다. “여민지랑 상관이 없다고요? 그 여자 양아버지인데!”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한 감정에 목소리마저 한결 날카로워졌다. 문가영의 몸이 덜덜 떨리며 인터넷에 떠돌던 역겨운 욕설과 조작된 음란한 사진들이 다시 한번 눈앞에 떠올랐다. 그 중 어느 것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악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진수빈은 여전히 여민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대체 어딜 봐서 상관이 없다는 걸까. 그녀는 악의적인 추측까지 했다. “진수빈 씨, 만약 여민지가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