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진수빈은 문가영을 데리고 권동해를 만나러 가겠다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그는 문가영에게 권동해의 부부가 집에서 자살 시도한 것에 관해 설명했다.
문가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조롱하듯 말했다.
“본인들도 자괴감을 느낀 건가요?”
진수빈은 멈칫하며 까만 눈동자가 한층 어두워졌다.
문가영이 그런 말투로 말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가영은 그의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젯밤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고 머릿속으로는 권동해와 여민지의 목적에 대해 거듭 생각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그래도 문가영은 이 일이 절대 여민지와 무관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의 괜한 의심이었을까.
처음 권동해를 만나는 순간 순박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병상에서 힘겹게 일어나 문가영에게 사과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고 눈빛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문가영 씨, 나한테 따지러 온 거죠? 수빈이가 전에 먼저 찾아왔어요.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그땐 민지가 문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만 들어서 잠깐 정신이 나갔어요. 한순간의 착각으로 벌인 짓이니까 내가 사과하고 어떻게든 보상할게요. 경찰에 신고해서 날 잡아가도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권동해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민지한테는 말하지 마요. 아빠가 그렇게 비열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아요.”
문가영이 그에게 손이 꽉 잡힌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그는 손을 놓은 뒤 놀랍게도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 옆에서 아내 여수진도 뒤따라 병상에서 내려와 붉어진 눈으로 문가영을 바라봤다.
여수진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문가영 씨, 우리 남편이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우리도 그 쪽한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그녀는 손을 들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병실을 둘러보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은 평생 잘못한 게 이번 한 번뿐이에요. 집에 가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이 들통나서 민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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