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화
문가영이 상황을 설명하자 당준성도 아쉬워하긴 했지만 딱히 만류하지는 않았다.
사실 병원 측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오갔고 마침 문가영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당준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문 간호사, 항상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일했던 건 모두가 알고 있어. 이번 일은 예상 밖의 상황이었어. 문 간호사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니까 너무 낙담하지 마.”
행정 처리를 마친 후 문가영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진수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흰 가운을 열어젖힌 채 서 있었고 이마에 드리운 검은 머리카락이 눈썹을 가렸다.
평소보다 훨씬 진하게 풍기는 소독약 냄새에 문가영은 그가 방금 수술을 마쳤다는 걸 알아차렸다.
진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전에 노블 가더니 벌써 퇴사하러 왔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묘하게 묵직했다.
문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냥 빨리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노블에는 이미 입사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수빈은 어느새 그녀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의 큰 키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그녀의 시야를 모두 가릴 수 있었다.
문가영은 약간 불편한 듯 말했다.
“여기 복도예요.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이전에 병원에 있을 땐 진수빈이 최대한 그녀와 거리를 뒀기에 문가영은 그냥 평범한 조언을 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진수빈에게 가시처럼 박혔다.
그는 잠시 숨을 멈췄고 차분하던 눈빛은 이내 어두운 그림자를 품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문가영은 눈에 띄게 말라 안 그래도 작던 얼굴은 더 작아졌고 또렷하고 투명한 눈동자가 더해지자 더없이 연약하고 처량해 보였다.
진수빈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그대로 휴게실로 향해 문을 잠갔다.
문가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얘기 좀 하자.”
유독 낮고 깊은 그의 목소리에서 억눌린 감정이 느껴졌다.
문가영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