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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진수빈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듯 바라봤다. “넌 네가 너무 제멋대로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그의 말이 문가영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주먹을 꽉 쥔 그녀는 가슴 속까지 어두운 먹구름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20년이 진수빈의 눈에는 그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네.’ 그녀가 최선을 다해 겨우 얻은 기회조차 그의 한마디로 부정당했다. 문가영은 그를 바라보며 함께 해온 시간을 돌이켜보다 입 밖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진수빈 씨, 제가 지금까지 한 선택 중에 제일 바보 같았던 게 뭔지 알아요?” 진수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 “지금 이 순간이지. 문지성의 몇 마디에 흔들려서 자기 일과 꿈을 내던진 거.” 문가영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다 그대로 막혔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발끝만 바라보며 주먹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살을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녀는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차분히 숨을 내쉬고 다시 진수빈을 바라봤을 때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진수빈이 알 수 없는 감정이 번져 있었다. 문가영은 조용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 “진수빈 씨, 당신은 가끔 너무 무서울 정도로 냉정해요.” 문가영은 그대로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방우지가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안으로 한 발 들어서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은 듯 입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이 왔으면 여기가 영안실인 줄 알았겠어요. 너무 추운 거 아니에요?” 진수빈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방우지는 그런 진수빈 옆에 슬쩍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가영 씨랑 또 싸웠죠? 설마 헤어지겠다면서 난리 친 건 아니죠?” 진수빈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방우지는 혼잣말처럼 계속 말했다. “다 지나온 사람으로서 조언해 주는데 진 선생님, 연애에는 답이 없어요.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이죠. 평소에 성격이 워낙 냉정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속 시원히 얘기하는 법이 없잖아요. 그러니 가영 씨가 한 말도 제대로 안 들었겠죠.”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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