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화
진수빈은 문가영 등 뒤에 서서 검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가영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지만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민지도 진수빈을 발견했다.
그녀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렸는데 오만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매일 감정놀음에나 빠져 있으니까 그렇지. 이제야 납득이 가네. 내가 수빈 씨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마치 진수빈에게 모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떴다.
방우지는 여민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가영과 진수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평소 같았으면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말을 꺼냈겠지만 이번만큼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요즘 여민지를 찾는 환자들이 많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바쁜지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가능한 한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감정을 아무 데나 쏟아내는 건 옳지 않았다.
그 생각이 들었지만 방우지는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대신 짧게 두 사람을 보며 장난처럼 몇 마디 건네고는 자리를 떴다.
진수빈은 그가 완전히 자리를 뜨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까 민지한테 한 말,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어.”
문가영이 고개를 들었다.
진수빈은 말을 이었다.
“나랑 민지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괜한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어.”
“알겠어요.”
문가영은 짧게 대답했다.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건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했다.
단지 진수빈만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문가영도 굳이 그걸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영희 찾으러 온 거예요. 잠깐 들른 김에 다른 과도 한 번 가보려고요.”
진수빈은 그녀의 깊은 눈빛을 잠시 응시하다가 눈을 살짝 내렸다.
그리고 다시 올려다본 눈동자는 어느새 또렷해져 있었다.
“요즘 중요한 수술 준비하느라 병원 일이 많아서 아마 집에 잘 못 갈 것 같아. 출퇴근길 조심해.”
문가영은 망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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