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화
여민지는 방문 앞에 서 있었고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남의 집에 얹혀 지내는 것 자체가 이미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하필 그 집에 문가영이 있었다.
여민지는 요즘 마치 모든 사람이 자기 흉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오기를 부리며 자존심을 내세웠고 문가영에게 절대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이후로 문가영은 사실 여민지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예전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여민지의 상황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여민지는 그 화풀이를 오롯이 문가영에게 쏟아내는 중이었다.
게다가 문소운이 했던 협박 반, 회유 반의 말들이 문가영의 머리를 스쳤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요. 모두 다 당신을 해치려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요. 당신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조용히 컴퓨터와 자료들을 정리해 또리를 위해 마련해 둔 다용도실로 옮겨갔다.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진 않았다.
문가영은 여민지 때문에 흐트러진 감정을 애써 눌러가며 다시 집중했다.
그렇게 계속 일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잠깐 이 방에서 그냥 자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갈아입을 옷이 전부 방 안에 있어서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진수빈은 이미 잠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조용히 문을 열었지만 불이 환히 켜져 있었고 그는 침대에 기대 책을 읽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진수빈은 고개를 들었다.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오직 그 깊은 눈만이 조명 아래에서 부드러워져 있었다.
문가영은 예전부터 진수빈의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치면 괜히 심장이 뛰어서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그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일은 다 끝났어?”
“네.”
문가영은 옷을 챙겨 들고 바로 샤워하러 들어갔다.
안방에 화장실이 있었기에 여민지와 마주칠 염려 없이 옷을 챙겨 곧바로 안방의 화장실로 씻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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