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짙은 눈동자로 문가영의 등을 응시하며 물었다. “정말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겠어?” 문가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고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이 집은 당신 집이잖아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저도 더 이상 여기에 계속 있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수빈의 냉혹한 시선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눈꺼풀을 떨며 한참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여민지가 어디서 지내든 말든, 저랑은 상관없어요.” 진수빈은 그녀의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속으로 불편함을 눌렀다. 뭔가 더 설명하려 했지만 문득 문가영의 컴퓨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너, 영주에 가?” 문가영의 컴퓨터 화면엔 영주 출장 일정표가 띄워져 있었다. 그녀는 멈칫하며 조용히 말했다. “네. 출장 가야 해요.” “문지성이랑 같이?” “같이 가서 미팅해야 해요.” 진수빈은 출발 날짜를 확인했다. 모레였다. 그의 눈빛은 깊은 소용돌이를 품고 있었지만 겉으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나한테는 미리 말 안 했어?” “당신은 계속 병원에 있었고 직접 말할 기회도 없었으니까요.” 문가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며칠간 진수빈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가 말할 틈조차 없었다. 진수빈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회피하지 않았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진수빈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며 심지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편한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건지도 몰랐다. 그는 옷깃을 당기며 말했다. “내가 오늘 집에 안 왔다면 넌 그냥 말도 없이 영주에 가버릴 생각이었어?” 문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럴 생각이었다. 진수빈은 병원에서 워낙 바빴고 자신이 다녀와도 그가 돌아와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진수빈은 그녀의 표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