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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문가영이 위층으로 올라왔을 때, 여민지는 이미 옷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듯 낡은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고 발치에는 끊어진 밧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진수빈은 여민지를 한 번 바라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오정훈은 이미 붙잡혔어. 아까 문지성이랑 경찰한테 연락했고, 이쪽에는 안 와도 된다고 했어." 여민지의 이런 상태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 ‘오정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여민지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에는 그저 잿빛 같은 침묵만이 깃들어 있었다. “너 혼자 오라고 했잖아.” 그 말은 문가영을 향한 것이었다. 여민지의 시선이 문가영에게로 향했다. “일단은 상처부터 치료하는 게 좋겠어.” 잠시 말을 멈췄던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 옆에서 너를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게 나을 거야.” 그 말에 여민지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제야 진수빈이 왜 문가영을 데려온 건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어디까지나 ‘납치’였다는 걸 누군가는 증명해 줘야 했다. ... 여민지의 상태는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았다. 문가영은 진수빈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었지만 그는 줄곧 여민지 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결국 문가영은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려는 참에 등 뒤에서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랑 같은 차를 타기 싫어요.” 그 말을 들은 문가영이 걸음을 멈췄다. 여민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문사라와 꼭 닮은 눈동자 속에는 생기 하나 없이 싸늘한 기색만이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과 같이 있으면... 나 스스로가 역겨워질 것 같거든.” 문가영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입을 떼지 않은 채, 그저 진수빈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하지만 막 눈을 들자마자 문가영은 진수빈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짙은 안개 속에 잠긴 그 시선 아래, 격한 감정이 일렁이다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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