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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진수빈 때문에 문가영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유정원은 이번엔 순순히 그녀를 따라나섰다. 병원 계단을 내려올 때쯤 어느새 하늘은 어둑해져 있었고 일기예보에서 예고했던 비는 이제 곧 쏟아질 기세였다. 문가영은 유정원에게 호텔이 어디냐고 물었다.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유정원이 대답했다. “호텔은 이미 체크아웃했어요. 누나 집에서 자면 안 돼요?” ‘누나’라는 말이 유정원의 입에서는 유난히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문가영은 그 말이 어쩐지 낯설고, 조금 불편했다. 유정원이 손서희의 아들이긴 해도 두 사람은 오늘이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의 태도는 조금 지나치게 친근했다. 문가영은 이렇게 거리 없이 다가오는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막 거절하려던 순간, 유정원이 먼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누나. 처음 만났는데 제가 어떻게 누나 집에 가요?” 유정원은 적어도 그 정도의 선은 알고 있었다. 유진성은 그저 문가영이 자기 누나와 닮았다고만 생각했을 뿐,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물론 이상하게도 그녀가 바로 누나일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 같은 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는 선은 지켰다. 괜히 성급하게 굴었다가 문가영을 놀라게 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이번 일은 제법 중요한 미션이었다. 괜히 망쳤다간 아버지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어쩌면 그를 당장 학교에 끌고 가서 숨 막히는 강의실에 앉혀 놓고 하루 종일 책이나 읽게 할 작정이겠지. 유정원이 묵고 있는 호텔은 문가영의 집과 그리 멀지 않았다. 그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문가영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문을 닫은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빗줄기는 창을 두드리며 쏟아졌다. 간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저녁이었다. 문가영은 간단히 씻고 침대에 몸을 묻었다. 잠결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하지만 빗소리가 더 커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다 전화벨이 울렸다. 진수빈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빗속을 가르며 그의 목소리가 쏟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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