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8화
문가영은 살며시 진수빈을 밀어냈다.
그 순간, 그의 젖은 옷 사이로 은근하게 술 냄새가 스며들었다.
빗물에 씻겨 많이 흐려졌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술 냄새였다.
이상했다.
진수빈이 이렇게 엉망인 모습으로 찾아올 리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깔끔히 가꾸는 사람이니까.
문가영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진수빈을 소파에 앉혔다.
수건을 가지러 가려 했는데 진수빈이 또다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술에 취한 사람과 도리를 따지는 건 의미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문가영은 조용히 진수빈을 달랬다.
“금방 수건만 가져올게요. 지금 옷이 다 젖어서 지저분하잖아요.”
역시나, ‘지저분하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수빈이 손을 놓았다.
몸에 밴 결벽이 이럴 때조차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문가영은 수건과 따뜻한 물 한 잔까지 챙겼다.
컵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진수빈이 낮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술기운이 은근히 스며든,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항상 냉담하기만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진수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문가영은 흠칫하더니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창밖에는 거센 바람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모든 소란도 지금 이 순간 진수빈 눈빛에 스며든 온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평소에도 잘생겼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단정한 사람이었지만 언제나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만큼 차갑고 냉담했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놀랄 만큼 모든 힘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온 마음이 무장 해제된 듯 문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가영은 순간 당황한 듯 눈길을 떨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수건으로 먼저 좀 닦아요.”
하지만 진수빈은 수건을 받지 않고 가만히 그녀만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는 왠지 모를 서운함 같은 게 묻어 있었다.
문가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곁에 다가가 그의 머리를 직접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지 않는 사이, 진수빈은 고개를 살짝 숙여 시선을 감추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