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화
진수빈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권동해는 이미 여민지의 병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여민지의 반복된 자해 시도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지쳐 있었고, 권동해 역시 얼굴에 피로가 역력했다.
진수빈이 나타나자 권동해는 바로 일어나 아직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은 듯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며칠 동안 민지 때문에 수고가 많았어.”
진수빈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민지는 요즘 두 분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민지를 위하신다면 당분간 병원에 오시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민지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한 것도 권동해나 여수진을 보고 나서 마음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여민지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이렇게 된 게 여수진 때문이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었다.
권동해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씁쓸하게 한 번 웃더니 이내 다시 진수빈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민지 보러 온 거 아니야. 너한테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야. 문가영 씨가 나를 고소하겠다고 했다며?”
권동해가 불쑥 문가영 이야기를 꺼내자 진수빈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
권동해는 말을 이었다.
“내 잘못이니 처벌이든 뭐든 다 받을 생각이야. 원하면 공식적으로 사과도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권동해는 이 말을 하면서도 진수빈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솔직히 이렇게 끝나는 걸 원하지는 않으니까.
권동해는 또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민지가 좀 나아질 때까지만 네가 곁에 있어 줄 수 있어? 지금 민지가 의지하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 내가 꼭 좀 부탁할게. 세상 어떤 부모라도 자기 애가 이렇게 고통받는 꼴 보고 싶진 않거든.”
아침이라 병원 복도는 이미 사람들이 오가며 분주했다.
권동해는 말을 하다 결국 진수빈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 했다.
진수빈이 얼른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권동해가 간절하게 물었다.
“네가 민지 곁에 있어 주는 거지?”
진수빈의 까만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마치 모든 속마음을 꿰뚫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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