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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임슬기는 진수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네가 가영이에게 일에 쏟는 관심의 반만이라도 줬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 수빈아, 가영이는 정말 지쳤어.” 임슬기는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한테 아무리 마음을 줘도 돌아오는 게 없으니까 마음이 식어버린 거지.” ... 문가영은 이미 파혼 의사를 밝혔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다음부터는 그녀가 나설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문소운과 구혜림 쪽이 더 서둘렀다. 그녀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일과 장연수, 그 두 가지 외에는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었다. 회사에 머무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퇴근이라는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짬을 내어 유성에 다녀왔다. 장연수는 점점 더 짙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말도 없었다. 곁에 있어 주는 것조차 무력하게 느껴질 만큼 그는 무너지고 있었다. 전북으로 돌아온 날, 운정 그룹 쪽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 장의 카드부터 꺼내놓았다. “제가 왜 온 건 문가영 씨도 아시죠? 그 물건만 넘기면 여기 있는 4억은 전부 당신 겁니다. 당신 친구 장연수 씨도 무죄로 풀려날 거고요.” 문가영은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내가 싫다고 하면요?”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럼 장연수 씨는 당신한테 그 정도 사람이라는 얘기겠죠. 뭐,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생각하세요.” 말을 끝낸 그는 자리를 떠났다. 카페에는 문가영만이 남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다시 유성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문지성이 소식을 들은 건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양민경이 불안한 얼굴로 상황을 보고했다. “운정 그룹 쪽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게 되는 건가요?” 문지성은 얼굴에 별다른 감정 없이 대답했다. “운이 좋았던 거겠지.” 문지성은 여느 때처럼 담담한 얼굴로 서류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펜 끝이 잠시 멈춘 자리에는 검게 번진 잉크 자국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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