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2화

만약 그녀에게 더 좋은 방법이 있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가영은 문사라의 묘비 옆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차가운 돌에 이마를 기댄 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왜 나는 이렇게 못난 사람일까? 지키고 싶었던 사람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내 삶은 엉망이 되어버렸어.” 문가영은 가슴 위에 손을 얹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 소리가 바람보다 더 작게, 자신에게 속삭였다. “난 내가 정말 싫어.” 그때 진수빈이 마침 다가왔다. 그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문가영이 입원해 있던 동안, 진수빈은 매일 병원과 집을 오가며 그녀를 살폈다. 그러다 오늘 병원에 갔을 때, 문가영이 이미 퇴원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진수빈은 그녀가 갈 만한 곳은 어디든 다 찾아봤다. 결국 차를 몰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문가영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문가영이 고개를 들었다. 진수빈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문가영, 일어나.” 하지만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요.” 진수빈은 강요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았다. 해가 저물고 밤이 깊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오늘 날씨 참 좋네.” 갑자기 진수빈이 말했다. 문가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빛은 마치 온 하늘을 밝히는 듯 조용한 묘지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녀는 잠시 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요.” 진수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문가영은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문가영은 진수빈을 뒤따라 묘지를 나섰다. 그러다가 문가영이 문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빈 씨, 고마워요.” 진수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뭘?” “나 찾아줘서요.” 그 말은 바람처럼 가벼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사실 방금 묘비 앞에 앉아 있을 때, 문가영은 자신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