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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문가영은 들을 수 없었지만 유정원은 진수빈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유정원은 진수빈을 차갑게 바라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필요할 때는 절대 나타나지 않다가. 필요 없을 때만 찾아오네요. 진 선생님은 반응속도가 저희 일반인들과는 다른가요?” 그는 또 아랑곳하지 않고 진수빈은 병실 밖으로 밀어냈다. 다만 문가영을 뒤돌아봤을 때는 조금 마음에 찔렸다. 입버릇처럼 계속 진수빈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정작 자신도 그렇게 잘한 게 없었다. 만약 놀려고 문가영을 혼자 거기에 두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정원은 고개를 숙인 채 문가영 옆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누나.” 문가영은 고개를 저으며 이번 일은 그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유정원이 손서희에게 문소운이 찾아왔었다고 말했는지 문가영은 특수 병실로 옮겨졌고, 더 이상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유진성이 해외에서 초대한 전문가 밀러는 문가영의 상태를 여러 번 검사했지만 결과가 어떤지 말해주지 않았다. 손서희는 아무리 급해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가영의 손을 잡고 여러 번 물었다. “네가 내 친딸인 사실을 언제면 공개할 수 있는 거야? 문소운 씨가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너희 아빠가 잘 처리할 수 있을 거야.” 문가영이 머뭇거리며 휴대폰에 타자했다. [곧 알아서 찾아올 거예요.] 문씨 가문과 여민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는 그들이 먼저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유진성이 흐뭇한 표정으로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내 딸다워. 자기 생각이 있는 걸 보면” 손서희가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말할 줄 모르겠으면 그냥 하지 마.” 이들은 문가영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병실에 오래 머물러있지 않았다. 이들이 밖으로 나갈 때, 문가영은 누군가 병실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멈칫하다가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유정원은 병실에서 나가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는 진수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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