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3화

여민지는 병적인 기운은 사라지고 이전보다 오히려 조금 살쪄있었다. 게다가 배도 많이 나와 있었다. 여민지는 문가영의 시선이 자기 배로 향하는 것 같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 “정말 놀라워. 네가 유진성 대표님 딸이라니.” 문가영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그냥 축하해주고 싶었어. 어차피 너는 천운을 안고 태어난 아이니까.” 여민지는 말하면서 점점 문가영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것이 마치 진짜 문가영과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가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담담하기만 했다. 그녀는 왜 문가영 같은 바보가 항상 온갖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건지 몰랐다. 반면에 자기는 어렵게 얻은 것을 쉽게 잃어버렸는데 말이다. 여민지가 가까이 다가오자 문가영은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여민지가 갑자기 손목을 잡는 것이다. 그녀는 밖에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문가영을 힘껏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민지한테 붙잡힌 문가영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여민지가 너무 세게 당겨서 그쪽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여민지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문가영은 그녀의 위에 덮치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문가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여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여민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왜 너만 잘살 수 있는 건데?” 문가영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서 한쪽으로 밀쳐냈다. 이때 진수빈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비켜!” 문가영은 갑자기 밀려나면서 팔꿈치가 테이블 모서리에 세게 부딪혀 많이 아팠다. 다시 고개 들어 진수빈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문가영은 그의 차가운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여민지의 하체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언제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몰려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