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8화

그는 문가영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일어서면서 말했다. “가자. 내가 데려다 둘게.” 문가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문지성과 함께 있으면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진심 어린 미소로 문지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성 씨, 고마워요.” 그러다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진수빈이었다. 문가영은 멈칫하면서 미소마저 굳어졌다. 여기는 쇼핑몰이었고, 문지성과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녀가 멍해 있는 사이, 진수빈은 이미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문가영 앞에 멈춰선 그의 눈빛에는 온통 문가영만 가득했다. “오늘 약속 있다는 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다소 불편해진 문가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지성 씨랑 할 말이 있었어요.” “무슨 일?” 진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도 말해줄 수 있어?” 비록 질문이었지만 그 태도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문가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문지성이 먼저 말했다. “이런 질문하는 거 너무 우습지 않아? 가영이가 뭐 하인도 아니고 왜 무슨 일이든 너한테 보고해야 하는데?” 진수빈의 시선은 문지성에게로 향했다. 그는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말했다. “나랑 가영이 사이의 일에 네가 무슨 상관이야?” 문지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친한 사이라고. 진수빈, 내가 상기시켜줄까? 가영이는 이미 너랑 약혼을 해제한 상태야.” 진수빈은 이 말에 자극받았는지 동공이 확장되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문지성을 바라보았다. 문지성은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문가영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결국 하려던 말을 삼키기로 했다. 그는 혀를 차며 문가영에게 물었다. “집에 데려다줄까?” 문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수빈은 이미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 문가영은 그렇게 집까지 끌려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진수빈은 문을 쾅 닫더니 문가영을 문에 밀어붙였다.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사실 키스라기보다 오히려 입술과 이가 부딪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