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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담담한 말투에 문가영은 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정신 차리려고 주먹을 꽉 쥐고는 진수빈을 밀어냈다. “씻어야 해요.” 진수빈은 이번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바로 비켰다. 문가영이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수빈의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다. ‘문지성...’ 그는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것이 딱 봐도 기분 안 좋아 보였다. 진수빈은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벨벳 상자를 꺼냈는데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문가영의 말대로 결혼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이것저것 준비한 것이다. 진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반지를 바라보았지만 기쁘다기보다 오히려 표정이 심각하기만 했다. 이때 마침 방우지한테서 연락이 왔다. “전에 말했던 거 다 준비했어요. 혹시 더 도와줄 거 있을까요?” 진수빈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니요.” 방우지가 감탄하며 말했다. “제 말이 맞죠? 언젠가 가영 씨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거. 가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진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리 좋아도 제거예요.” “알아요. 그런데 진 선생님, 가영 씨는 프러포즈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진수빈이 멈칫하면서 말했다. “몰라요.” 방우지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프러포즈는 원래 깜짝 이벤트인데 문가영이 먼저 알면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함이 엄습해오기도 했다. ‘만약 진 선생님이 전에 프러포즈하려 했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텐데 지금의 가영 씨는 과연 프러포즈를 받아줄까?’ 방우지는 자기 생각을 진수빈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 씻고 나온 문가영은 진수빈이 소파에 있던 이불을 모두 안방으로 들여간 것을 발견했다. 진수빈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계속 소파에서 잤다간 감기 걸려.” 문가영이 말했다. “사실 집에 가도 돼요.” 진수빈의 눈빛과 마주친 문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뒤돌아섰다. “머리 말리고 올게요.” 진수빈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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