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7화

따뜻한 촉감이 얼굴에 닿았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진수빈의 손길을 피했다. 진수빈이 멈칫하고 있을 때, 문가영이 말했다. “아직 안 끝났잖아요. 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요.” 하지만 문가영은 말과 달리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그런데 진수빈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다시 문가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이만 집에 가자.” 문가영은 마치 무언가에 자극받은 듯 그의 손을 단번에 뿌리치더니 목청까지 높여가면서 말했다. “이거 놔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진수빈한테 속았다는 생각만 하면 감정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침묵할 뿐,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 문가영은 감정을 억누른 채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 했다. 진수빈이 따라와서 진지하게 말했다.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문가영은 진수빈과 길거리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짜증이 나기도 했다. 문가영이 말했다. “수빈 씨가 더 이상 따라다니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까 밖에서 다 들었어?” 이 한마디에 문가영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진수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문가영은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자기가 너무 어리석어서 진수빈과 말싸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이렇게 바보 취급당하고 싶지 않았다. 진수빈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들은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어. 내가 다 설명할게.” 문가영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다 들었어요.” 이희성이 한 말을 들어보면 모두가 진수빈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유독 문가영만은 바보처럼 죄책감 때문에 영천에 자원봉사 가는 것까지 거절한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