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화

모두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 어색함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병원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특수 사례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다들 무의식적으로 진수빈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진수빈도 순순히 자기 생각을 말했다. 결국 식사 자리는 뭔가 병원에서 회의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문가영은 조금 지루해서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룸에서 이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빈 씨, 언제 가영 씨한테 진실을 말할 거예요?” 문가영은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그대로 멈춰버렸다. 한참 후에야 안에서 진수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할 필요가 없어요.” 이희성이 웃으며 말했다. “안 급하긴요. 많이 급해 보이는데. 방 선생님은 수빈 씨를 AI라고도 하던데. 제가 보기엔 AI보다도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아픈 척 가영 씨를 속일 수 있어요? 영희 씨한테서 본 소설 제목이 뭐더라... 아내를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들다?” 방우지가 그를 살짝 꾸짖으면서 말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요.” 이희성은 술을 마셔서 그런지 조금 통제되지 않는 듯했다. “제 말 틀렸어요? 수빈 씨 같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짓이죠. 심리 질환을 앓고 있는 척한 것도, 교통사고도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빗어낸 사고였잖아요.” 이희성이 또 말했다. “저였다면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지 못했을 거예요.” 이희성은 방우지가 말려서야 멈출 수 있었다. 문가영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잠시 후, 진수빈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영이가 들으면 안 될 말이에요.” 이때 누군가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문 간호사 듣지도 못해요.” 아마도 문가영의 청력 문제를 말하는 것 같았다. 방우지는 이번에 진짜 화가 난 듯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다들 그만 하세요. 진 선생님...” 그가 마지막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이러는 거, 가영 씨가 알면 더 화낼 거예요.” 진수빈이 말했다. “모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