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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그래서요?” 문가영은 차분히 되받았다. “내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 뻔히 알면서, 왜 이런 쓸데없는 걸 준비한 거예요?” 그 말은 꽤나 날카로웠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꼬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진수빈의 어깨가 굳었다. 한참 동안 숨을 고른 끝에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왜?” “왜 안 된다는 건데? 이곳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아니면 미리 알아채서 서프라이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문가영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캐슬과 푸른 잔디, 그리고 계절을 거슬러 온 듯 활짝 핀 장미들. 모든 것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오히려 더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조용히 진수빈과 거리를 두며 말했다. “어제도 분명히 말했잖아요. 수빈 씨, 이제는 당신한테 어떤 마음도 없다고요.” 진수빈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똑같은 말을 그녀에게서 벌써 네 번째 듣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문가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다시금 억눌러 삼킨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어제 일 때문이라면 사과할게. 네가 원한다면 뭐든 하겠어. 하지만 그런 말은 제발 하지 마.” 자존심 높은 그가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문가영 앞에서는 수차례나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문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수빈 씨, 똑똑한 사람이었잖아요. 제 말이 이해가 안 돼요? 내가 싫다고 한 건, 그냥 정말 싫다는 뜻이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당신이라는 사람이 싫어졌다는 거죠.” 어제 이미 감정이 북받친 채 똑같은 말한 적이 있었기에 오늘은 목소리가 오히려 힘없이 흘렀다. 게다가 열 때문인지 더 이상 싸울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모든 일을 매듭짓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진수빈에게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찍어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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