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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문가영은 숨이 턱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방우지의 오더를 확인한 후 자리를 떠났다. 진수빈에게서 병원을 떠나라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에게서 멀어진 문가영은 겨우 한숨을 뱉어냈다. 문가영은 한 번도 진수빈과 말싸움을 한 적이 없다. 변론하고 해명하는 것은 문가영이 잘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문가영은 그저 자기 앞에 차려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해내는 사람이었다. 문가영과 진수빈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함영희는 문가영에게 슬쩍 물었다. “진 선생님과는 어떻게 됐어?” 문가영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얘기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럴 리가!” 함영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전에 진 선생님이 간호사실에 찾아오면 너는 바로 일어나서 뭐가 필요한지 물어봤는데, 지금은 진 선생님을 피하기 급급하잖아.” 문가영이 대답했다. “난 지금 ICU 담당이라 바빠서 간호사실에 있은 적도 없어.” “점심에 밥 먹을 때는? 우리랑 같이 밥 먹는 것도 꺼려하잖아. 그날 방 선생님과 진 선생님을 보고는 밥도 안 먹었으면서.” 문가영은 입술을 말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수빈을 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문가영은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진수빈이 주는 수모를 꾹 참는 중이었다. 전에는 모든 것이 문가영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고개를 숙이곤 했다. 하지만 이번은 문가영의 잘못이 아니다. 함영희는 문가영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또 얘기했다. “너도 참 대단하네. 우리는 진 선생님의 태도에 얼마 버티지 못했을 거야.” 문가영이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따가 얘기해. 곧 회진 돌 시간이야.” ... 문가영은 주말에 휴가를 냈다. 그리고 진예은과 함께 진예은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진예은이 호텔에서 문가영을 기다리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진수빈이 널 쫓아낸 거야?” 문가영은 아무 대답도 못 하다가 어색하게 얘기했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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