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9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벌써 1월이 되었다.
날씨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얼어붙는 바람이 불어와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 바람은 정신까지도 번쩍 들게 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외국인을 기다리고 있다니.’
스스로도 어이없었다. 진수빈이 늘 자신을 속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렇게 어리석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가영은 벤치에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일어나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막 공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진수빈이었다.
그는 어제 밤새 깨져버린 거울 조각을 붙잡고 끙끙거렸다. 그리고 결국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솔직히 그는 문가영이 이미 떠났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아예 오지 않았을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온 건 더는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수빈은 예전에 문가영의 마음을 여러 번 외면했다. 그녀를 늘 마지막으로 두었고 약속조차 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매일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그는 반드시 지킬 생각이었다.
진수빈은 문가영이 오늘도 나와 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혹시라도 그녀가 찾아왔다면 자신을 보고 잠시라도 웃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문가영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성실히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두꺼운 곰 인형 탈을 사이 두고 있는데도 문가영은 안에 있는 사람의 초조하고 긴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진수빈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제 그녀가 던진 단호한 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화낼까 봐 불안했다.
긴장한 탓에 그의 손놀림은 서툴러졌다. 휴대폰 화면을 누르면서 몇 번이나 오타를 냈다.
마침내 어렵게 한 줄을 입력했다.
[미안해요. 집에 일이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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