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0화
문가영은 고개를 들어 좌석을 훑어보았다.
버스는 인원수에 맞춰 예약된 듯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었다.
낯선 얼굴들뿐인 문가영 곁만 텅 비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문가영 옆자리만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유일하게 비어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수빈이 옆자리에 앉는 걸 사실상 허락한 셈이었다.
진수빈이 자리에 앉자 곧장 주변의 시선들이 몰렸다.
그 여파로 문가영도 괜히 불편해져 창가 쪽으로 몸을 더 붙였다.
“가만히 있어.”
진수빈이 난데없이 입을 열었다. 어쩐지 무력한 어조였다.
“더 가면 머리 부딪치겠어.”
문가영은 시선을 피하듯 휴대폰을 들었다.
그 순간, 눈앞으로 작은 사탕이 내밀어졌다.
“양로원까지 두 시간은 걸려. 너 멀미 심하잖아. 이거 먹으면 좀 나을 거야.”
문가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괜찮아요. 준비해 온 게 있어서요.”
진수빈은 잠시 멈칫했지만 더는 강요하지 않고 사탕을 거두었다.
그러나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문가영은 금세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릴 적부터 대형 버스만 타면 꼭 멀미를 심하게 했다. 자동차는 괜찮았지만 말이다.
예전에 노블 그룹에서 단체 야유회를 간 적이 있었다.
문가영은 문사라, 그리고 진수빈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그때도 참기 힘들 만큼 고생하다가 휴게소에서 진수빈이 멀미약과 박하사탕을 사다 주어 겨우 견딜 수 있었다.
오늘은 갑작스럽게 나온 길이라 아무 준비도 못 했다. 게다가 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창문마저 굳게 닫혀 있었다.
어느새 얼굴빛이 새하얘진 문가영의 코끝으로 은근한 박하 향이 스며들었다.
진수빈이 다시 사탕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
“참지 마. 괜히 너만 힘들잖아.”
문가영은 망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휴게소까지 아직 30km 넘게 남았어. 시간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진수빈이 덧붙였다.
“먼저 이걸로 버텨. 멀미약도 있어.”
결국 문가영은 괜한 고집은 피우지 않았다. 괴로움을 더 끌고 갈 필요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