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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여민지의 등장으로 식사 자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진수빈은 문가영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했다. 문가영은 처음에 사양했지만 진수빈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여민지가 전북에 돌아왔잖아. 그래서 마음이 안 놓여. 왜 돌아온 건지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잖아.” 문가영을 집에 바래다준 뒤, 진수빈은 곧장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여전히 야근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비서를 불러 북원 그룹과 임씨 가문과 연관된 프로젝트 자료를 전부 가져오라고 했다. 이어서 또 다른 전화 한 통을 걸어 진경수와 관련된 내역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사실 진수빈은 원래 임슬기와 진경수 사이의 문제에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 가족’이라 불리긴 해도 실상은 뿔뿔이 흩어진 모래알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문가영의 말을 듣고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진수빈이 북원 그룹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그의 위치는 이미 확고했다. 진경수는 애초부터 그를 후계자로 세우듯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북원의 중심에 설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훗날 북원을 이끌 사람은 진수빈이었다. 게다가 진수빈은 능력까지 뛰어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계약을 성사시켰고 사업도 해외로 확장했다. 자연히 회사 안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아졌다. 그래서 진경수를 조사하는 건 진수빈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가 곧 나왔다. 예상대로였다. 진경수는 임씨 가문에서 빼낸 자금을 해외 개인 계좌에 은닉했고 그중 일부는 외도한 여비서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비서가 건네온 자료를 확인한 순간, 진수빈의 얼굴빛은 어두워졌다. 짙은 그늘이 눈을 가렸다. 날이 밝자 그는 모든 자료를 들고 임슬기를 찾아갔다. 임슬기는 자료를 받아 들고도 놀랍도록 차분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진수빈에게 물었다. “가영이가 시켜서 온 거지?” 서류를 내려놓던 그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진수빈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영이는 진심으로 이모를 걱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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