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2화
문가영의 말은 진수빈을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게 했다.
그는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싫으면 말아요.”
“할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둥대던 진수빈은 결국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떨어뜨렸다.
손끝에 생크림이 잔뜩 묻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이 처음 보는 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가영아…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약속할게.”
진수빈이 문가영을 안아 올렸다.
“…”
문가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밀려드는 건 설렘이 아니라 지친 감정뿐이었다.
케이크, 그리고 유정원과의 유치한 내기… 그녀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거울이 깨졌든 말든 문가영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문가영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진수빈의 상처를 쓸었다.
“다쳤으면 치료나 제대로 받아요. 이런 짓은 다시는 하지 말고요.”
결국 그녀는 진수빈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임슬기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가영이 떠나려는 순간 진수빈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남자의 까만 눈동자에는 오롯이 문가영만 담겨 있었다.
“가영아, 네 말… 진심이지?”
“네. 진심이에요.”
“그럼… 내일도 날 만나 줄래? 아니면 내가 찾아갈까?”
“내일은 예은이 만나기로 했어요.”
“그럼 모레는?”
“… 모레는 정원이랑 약속이 있는데.”
잠시 머뭇거리던 문가영은 진수빈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지는 걸 발견하고 덧붙였다.
“내일 오후는 시간 괜찮아요.”
“그럼 내일 오후에-”
진수빈이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약속을 잡으려는 순간 유정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핸드폰을 확인한 문가영은 진수빈과 약속을 잡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떠나고, 임슬기가 진수빈에게 물었다.
“왔으면 안으로 들어가야지. 가영이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임슬기가 혀를 찼다.
“너는 애가… 가영이 집까지 바래다주진 못할망정…”
고개를 저은 그녀가 물었다.
“상처는 좀 어때? 괜찮아?”
“괜찮아요.”
진수빈은 아직도 그 자리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