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8화

진예은의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딸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참을 하소연하듯 토해내다 약이 돌고 문가영이 곁에서 달래주자 그제야 간신히 잠들었다. 문을 나서자, 진예은의 눈가 역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이미 들은 모양이었다. 문가영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말을 고르지 못한 채 곁에 서 있었고 먼저 고개를 든 건 진예은이었다. “이제 가 봐. 조금 있으면 아버지가 오실 거야.” 문가영이 멈칫하자, 진예은은 씁쓸하게 웃었다. “알잖아. 아버지는 늘 내가 하는 일은 쓸모없다고만 하고 언제나 언니만 예뻐했어. 그런데 지금 내가 송지수랑 얽힌 걸 알게 되면...” 뒤의 말은 끊겼지만, 굳이 이어 말하지 않아도 뜻은 분명했다. 문가영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더 있어야지.” “가영아.” 진예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네 앞에서까지 그렇게 비참한 꼴 보이고 싶지 않아.” 잠시 후 맞닥뜨릴 일이 어떤 건지 뻔히 알기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다. 문가영은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병원 복도를 내려가다 뜻밖에도 진수빈과 마주쳤다. 흰 가운 차림 그대로였고 아마 신경외과에서 막 넘어온 듯했다.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복도 모퉁이로 이끌었다. 가볍게 스친 소독약 냄새가 문가영의 산만한 마음을 잠시 누그러뜨렸다. 진수빈의 낮은 목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왔다. “괜찮아?”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게 온 거예요?” “어젯밤 네가 전화를 끊었잖아. 무슨 일 난 줄 알고 당장 달려오려 했는데, 그때 응급 환자가 들어와서 움직일 수 없었어. 조금 전 우정 씨가 네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여기일 거라 생각했지.” 문가영은 어젯밤 자신이 진예은 걱정 때문에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던 걸 떠올렸다. 눈을 깜빡이며 작게 말했다. “미안해요. 어제는 예은이 때문에 좀 걱정이 돼서 그랬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수빈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손바닥이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 쥐었고, 귀는 그의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