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4화

문가영이 조심스레 말했다. “여민지 문제는 지성 씨가 알아서 하세요. 어차피 지금은 한 가족이잖아요.”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피로 이어졌든 법적으로 묶였든, 두 사람은 이미 한 집안이었다.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마음 한켠이 편치 않았다. 문지성이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내리깔고 낮게 웃었다. “그래, 괜히 그런 말을 했네.” 그러고는 바로 화제를 틀었다. “그래서 언제 진수빈이랑 결혼할 거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문가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나니 더 난처해졌다. “그건 나중 문제예요. 아직은 생각 못 했어요.” 문지성이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그럼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의 눈길은 문가영 뒤쪽에서 다가오는 그림자에 닿아 있었다. 문가영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뿐이에요.” 사실 그녀 앞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일도, 생활도 모두 그녀의 기력을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상태로는 좋은 아내가 되기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진수빈이 그녀 뒤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문지성은 그런 진수빈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 보라는 거야. 진수빈은 네가 결혼 상대가 아니야.” 진수빈이 앞으로 나서며 문가영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는 시선을 문지성에게 고정했다. “문 대표, 일 있으면 먼저 가봐. 남의 집안일에 괜히 끼어들지 말고.” 말 속에는 분명한 경계심이 묻어났다. 문지성은 담담하게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영아, 그래도 난 네 오빠야.” 그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문가영은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방금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하지만 곧 진수빈이 그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가영아, 저 사람 보지 마.” 문가영은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 “수빈 씨는 왜 여기로 왔어요?” 조금만 생각하면 금세 알 수 있었다. 아까 문지성이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