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진수빈의 눈은 아름다웠다. 검은 동공이 깊었고 길게 뻗은 눈매 아래 얇은 눈꺼풀이 덮여 있었다.
오른쪽 눈 아래에는 작고 붉은 미인점이 박혀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문가영은 그의 깊은 눈동자에 빨려들 것 같은 아찔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문가영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문소운은 자상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수빈, 민지야, 돌아왔네. 밥은 먹었어?”
여민지가 짧게 대답했다.
“먹었어요.”
“오늘 병원에서 환자 상태가 심각해서 집에 못 올 수도 있다고 했잖아.”
진수빈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당 교수님께서 맡아주셔서 저는 먼저 왔어요.”
“그러면 여기서 좀 쉬어. 민지를 집에 데려다주느라 힘들었겠네.”
여민지가 덧붙였다.
“할 말이 있으니까 여기 있어.”
진수빈이 짧게 답했다.
“응.”
문가영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순간 진수빈과 그들은 마치 하나의 가족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 사이에 끼어든 가시 같았다.
진수빈과 여민지는 서재로 들어갔고 문가영은 거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세 사람의 그룹 채팅방에 갑자기 메시지가 도착했다.
진예은이 그녀를 태그하며 물었다.
[가영아, 그린문 고아원 행사에 참석할 거야?]
문가영이 되물었다.
[어떤 행사?]
장연수가 말했다.
[공익 활동이야.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챌린지인데 예전에 고아원에서 나온 아이들을 찾아가서 게스트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거야.]
문가영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가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매달 그린문 고아원에 기부를 해왔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교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예은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 진수빈 씨에게 같이 갈 건지 물어봐. 이번 행사의 주제는 ‘희망’이야. 사실 때로는 너희가 진심으로 느끼는 행복이 무엇보다 설득력이 있어. 물론 진수빈 씨를 설득해서 너와 함께 연기하도록 해야 해.]
진예은의 메시지를 본 문가영은 답장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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