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문가영은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왜요?”
진수빈이 대답했다.
“뒤에 있는 자료를 만지지 마. 헷갈리면 안 돼.”
문가영은 몸이 굳어버렸다. 방금 떠올랐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차에 탄 후 두 사람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문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진수빈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문가영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진수빈은 마치 그녀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문가영은 눈을 내리깔았고 발밑에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한 뒤 허리를 굽혀 보니 가느다란 목걸이가 있었다.
그녀는 속눈썹을 살짝 떨며 조용히 진수빈에게 물었다.
“수빈 씨, 차에 왜 목걸이가 있어요?”
진수빈이 고개를 살짝 돌려 한 번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여민지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아.”
“어떻게 목걸이를 차에 두고 갔죠?”
문가영이 다시 물었다.
목걸이 같은 것은 손목시계나 팔찌처럼 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에 걸고 다니는 물건이 어떻게 차에 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문가영은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진수빈과 여민지가 서재에서 함께 나올 때의 웃음이 떠올랐다.
진수빈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침묵을 지켰다.
문가영은 그 목걸이를 쥐고 갑자기 한동안 고민해 온 질문이 떠올랐다.
“진수빈 씨, 당신은 커플의 의미가 뭔지 알아요?”
진수빈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알아.”
“그럼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어두운 차 안에서 문가영의 목소리는 작고 조용했다.
그동안 그녀는 가끔 이런 일이 현실인지 믿기 힘들었다.
진수빈과 같은 지붕 아래 살지 않았다면 자신이 진수빈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연애를 해?’
문가영은 눈을 감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그러나 진수빈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내가 너에게 어떻게 책임져야 해? 결혼하라는 거야?”
문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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