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문가영은 자신이 어떻게 차에서 내렸는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세수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진수빈과의 관계가 어디로 흘러갈지 고민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아팠고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수년간 품어온 감정은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병동은 연일 분주했고 모든 사람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문가영 또한 아침 내내 숨 돌릴 새 없이 바빴다. 그녀는 진수빈이 그 목걸이를 여민지에게 돌려주었는지 알지 못했으며 두 사람을 피하려 애썼다. 문가영이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그린문 고아원의 조 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 원장은 올해 50대 중반으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으며 오직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고 있었다. “가영아, 장가수가 주말에 고아원에서 공익 활동이 있다고 말했어? 너 올 거야?” 조 원장이 조심스럽게 묻자 문가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갈 거예요.” 조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항상 고아원에 관심이 많았잖아.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기부해 줬고 비록 큰돈은 아니었지만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어. 대학 시절에도 아르바이트해서 아이들 학비를 내려고 했고 지금도 매달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고. 아이들이 매일 너 언제 오냐고 물어보더라.”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문가영의 미소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주말에 놀러 갈 거라고 전해주세요. 장가수와 진예은도 함께 갈 거예요.” 조 원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영아, 네 남자친구가 의사라고 했지?” 문가영은 조 원장이 자신의 약혼자가 진수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처음에 문소운이 체면을 생각해 결혼식에서 조 원장을 초대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요?” 문가영이 물었다. “네가 올 때 남자친구도 같이 데려올 수 있을까? 아이들의 건강 검진을 해주고 싶어.” 조 원장은 약간 쑥스러운 듯머쓱하게 말했다. 문가영은 순간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노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