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문가영은 멍해졌다. 그녀는 반응이 조금 둔해 진수빈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진수빈의 목소리는 좁은 차 안에서 특히 낮고 무거웠다. 그는 별다른 어조 없이 말했다. “다음에 감기 걸리면 미리 말해. 안 그럼 내 차를 다시 세차해야 하잖아.” 문가영은 뒤늦게야 진수빈이 그녀가 바이러스를 차에 옮겼다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옷깃을 움켜쥐며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오늘 낮에는 감기 안 걸렸어요. 방금 병원에서 찬 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병원에는 에어컨이 있었고 문가영은 쉬지 않고 위아래로 뛰어다녔다. 게다가 마음속으로 걱정이 가득했으니 아마 그때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내려.” 그러나 진수빈은 여전히 이 두 글자뿐이었다. 문가영은 잠시 망설이다 이를 악물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원래 어지러운 상태였는데, 차에서 내리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며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운전석 문이 탁하고 닫히더니 진수빈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문가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가영은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지만 몸이 편치 않아 속도가 더 느려졌다. 멀리서 진수빈이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이 보였다. 문가영은 그가 잠깐이라도 기다려 줄 거로 생각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그대로 닫혔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엘리베이터가 이미 2층에 도착한 후였다. 옆에 표시된 층수를 보며 문가영은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이 또 무슨 실수를 저질러 진수빈이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진수빈은 이미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문가영은 완전히 이해했다. 진수빈은 그녀가 감기에 걸린 것 때문에 전염될까 봐 그러는 거라는 걸 말이다.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원래 진수빈을 위해 야식을 만들어 주려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령 만들어도 그는 먹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는 그녀가 바이러스를 옮길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며, 깨끗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문가영은 차라리 식자재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